분홍빛 속의 경이
불꽃 같은 새!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사조(不死鳥) 곧 화염 속에서 생애를 마치고 후에 재 속에서 출생한다는 신화 속의 새를 그렇게 묘사하였다. 여러 세기 전 불사조의 이름은 실재하는 새인 플라밍고 즉 홍학으로 바뀌었다. 그 새는 전설에서 암시하는 그 무엇보다도 그 이름에 훨씬 더 어울리게 산다. 한떼의 홍학이 날고 있는 광경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장관으로, 윙윙 대는 소리와 울음 소리를 내고, 분홍색, 검정색 및 주홍색으로 하늘을 온통 덮은 “불 폭풍”과 같다.
그리고 한 마리의 홍학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설계의 경이다. 부리를 생각해 보자. 길게 늘어진, 뚜껑 덮인 상자 같은 부리는 끝이 구부러져 있어서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머리를 앞 뒤로 훑을 때 물의 바닥과 평행을 이룰 수 있다. 부리 안쪽에는 혀를 사용해서 물을 빨아들이고 뱉고 할 때, 작은 식용 조류(藻類) 등은 빨아들이지만 더 큰 물체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센 털이 늘어서 있다. 오직 고래만이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먹이를 먹는데, 수염 사이로 작은 새우 정도의 먹이가 들어오게 한다.
비율상으로 볼 때, 홍학의 목과 다리는 새들 중에서 가장 길다. 홍학은 섰을 때 키가 1.8미터가 넘을 수 있다. 홍학의 지주 같은 다리는, 얕고 소금기가 있는 호수에서 생활하는 데 적합하다. 홍학은 포식 동물의 공격을 받을 걱정이 없는 물에 서 있는 동안 쉬기도 하는데,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자세 즉 한쪽 다리로 서서 쉰다! 전문가들은 홍학이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것은 다른 쪽 다리를 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특수한 힘줄로 인해 홍학은 서 있는 자리에 다리를 기둥처럼 단단히 고정시킬 수 있다. 훌륭한 균형 감각 역시 한몫을 한다.
진화론자들은 홍학의 기원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홍학은 이렇게 보면 거위 같고, 저렇게 보면 황새 같고, 또 가만히 살펴보면 백로와도 같다. 덧붙여 말할 수 있는 것은, 홍학은 고래처럼 먹이를 먹고 전기 스탠드처럼 잠을 잔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홍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해 당혹해 할 필요가 없다. 지성 있는 설계자만이 그러한 경이를 고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