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가상의 선들
「깰 때이다」 영국 통신원 기
세계 지도나 지구본을 한번 살펴보자. 그 위에 온통 그물처럼 그어져 있는 수직선과 수평선들이 보이는가? 분명히 지도의 중앙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선이 적도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선들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이 선들은 무엇인가?
이 선들을 이른바 위선과 경선이라고 한다. 위선 즉 지도 위에 수평으로 그어져 있는 평행선들은 적도에서 동일한 거리에 위치한 지표면 위의 점들을 이은 선이다. 한편, 경선 즉 자오선들은 북에서 남으로 그어져 양극을 잇는다. 이 정도의 내용은 학교에서 지리 수업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으로 된 체계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체계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리고 이 체계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위치를 정확히 표시함
위선과 경선이 교차하는 그러한 체계를 이용하여, 지표면 위의 각 지점을 좌표라고 하는 두 개의 수치로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북위 40°42’ 서경 74°0’이라는 좌표를 참조하면 지도 위에서 뉴욕 시를 찾을 수 있다. 이 좌표는 그 도시가 적도에서 북쪽으로 40도 42분에, 그리고 국제 공인 본초 자오선, 즉 영국 런던의 한 자치구인 그리니치를 통과하는 경선에서 서쪽으로 74도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이다.a 이 좌표를 초까지 표시한다면, 심지어 도시 안의 건물들의 위치도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욕 시의 시청은 북위 40°42’45” 서경 74°0’23” 지점에 있다.
거리 역시 이 선들을 참조하여 계산한다. 예를 들어, 1해리(海里)의 길이는 하나의 자오선을 따라 측정한 위도 1분에 해당하는 거리이다. 극은 적도에서 위도 90도, 즉 5400분(90 x 60 = 5400)의 지점에 있으므로, 1해리는 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의 5400분의 1이다. 따라서 1해리의 평균값은 1.8532킬로미터이다.
어느 위치이든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은 특히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러한 체계를 이용하려면 특정한 기준점들이 있어야 한다. 위도를 측정할 때 적도를 기준선으로 선택하는 것은 논리적이다. 그러나 동서의 경도를 측정하는 기준점인 본초 자오선의 위치로 그리니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사람이 지도 위에 그려 넣은 이 가상의 선들에 대한 이 모든 착상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선들의 역사
일찍이 기원전 2세기에 그리스의 천문학자인 히파르코스는 지표면 위의 장소들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하여 가상의 선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그는 그리스의 로도스 섬을 가로지르는 선을 기준선으로 택하여 그 선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위치를 계산하였다. 오늘날에 사용하는 선들과 비슷한 체계를 처음으로 창안해 낸 사람은 일반적으로 기원 2세기의 그리스 천문학자인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라고 간주된다. 그는 적도와 평행이 되게 그은 위선을 사용하였다. 그는 경선을 위해서 그 당시에 알려진 세계의 서쪽 끝, 즉 당시에는 행복의 섬이라고 불린 카나리아 제도를 가로지르는 선을 시작점으로 삼았다.
1884년에 비로소 전세계가 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위치를 측정한다는 선택에 동의하였다. 그 해에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자오선 협의회에 25개 국으로부터 41명의 대표자가 참석하였다. 대표자들은 본초 자오선에서 필요한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도록, 장비가 잘 갖추어진 천문대를 지나는 선을 선호하였다. 압도적인 다수의 찬성으로, 대표자들은 영국의 그리니치를 지나는 선을 채택하였다.
여행과 표준 시간대
그리니치를 본초 자오선의 위치로 선택한 것은 우연한 결정이 아니었다. 18세기 이래 분주한 런던 항에서 출항하는 선장들은, 대서양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항해함에 따라 태양이 최고도에 이르는 시각이 날마다 점점 더 늦어진다는 점에 유의하였다. 그들은 지구가 24시간마다 360도 자전하기 때문에 한 시간의 차이는 그리니치에서 경도 15도의 거리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았다. 따라서 그들은 그리니치 천문대의 표준 시계에 맞춘 크로노미터를 사용하여, 외양(外洋)에서 단지 그리니치의 시간과 현지 시간의 차이에 유의함으로 자기들의 위치를 계산해 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점에서 태양이 최고도에 이르는 시각(현지 시간으로 12시 정오)이 그리니치의 시간으로 오후 3시 30분이라면, 간단한 계산을 통하여 현재 위치가 그리니치에서 서쪽으로 52.5도(15 x 3.5) 지점에, 다시 말해서 그들이 동일한 위도를 계속 유지하였다면 뉴펀들랜드의 동쪽 해안에 근접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한 위도를 계속 유지하는 일, 즉 거등권 항법은 간단한 일이었다. 여러 세기 동안 북반구에서 항해하는 뱃사람들은, 대부분의 다른 별들의 야간 운동과 비교할 때 북극성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관찰해 왔다. 그들은 수평선 위에 떠 있는 그 별의 고도를 측정함으로, 자기들이 북쪽으로 또는 남쪽으로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를 산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외양에 나가서도 그 별이 동일한 고도에 보이는 한 정동쪽이나 정서쪽으로 항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니치를 기준선으로 선택함으로 영국에는 그 외의 유익들이 있었다. 영국에서는 철도의 출현으로 국내 표준 시간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11시 33분 열차를 타려고 엑서터 역에 도착한 여행자가 이미 약 14분 전에 열차가 떠나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척 실망하였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여행자는 엑서터의 시간을 사용하였고, 철도 체계는 런던의 시간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 나라 전역에서 그리니치 표준시를 사용함으로 그러한 문제들이 없어졌다.
미국에서는 훨씬 더 큰 문제들이 있었다. 여러 철도 회사들이 제각기 다른 시간 체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철도 공통 시간 협의회가 1883년에 열렸다. 네 개의 시간대가 채택되었는데, 각 시간대는 한 시간 차이가 나는 경도 약 15도에 걸쳐 있고, 미국 전역이 이 네 개의 시간대에 포함되었다. 하나의 시간대 안에 있는 도시들은 모두 동일한 시간 체계를 사용하게 되었다.
결국 이 시간대 제도가 전세계에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전세계를 24개의 시간대로 나누었다. 이 체계의 중심은 0 시간대로서, 그리니치 자오선의 양쪽으로 각각 7.5도에 걸쳐 있다. 어떤 사람이 동쪽으로 여행하였다면, 그는 각 시간대를 지날 때마다 자기의 시계를 한 시간씩 늦추었을 것이다. 서쪽으로 여행하였다면 자기의 시계를 한 시간 앞으로 맞추었을 것이다.
그리니치로부터 세계를 반 바퀴 여행하면 재미있는 상황이 생긴다. 180도 자오선에 이르게 되면, 이 선의 한편과 다른 편 사이에는 24시간의 차이가 나게 된다. 결국, 이 180도 자오선을 나라들의 국경선에 맞추어 약간 변경시킨 것이 날짜 변경선이 되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 선을 넘으면 여행자는 하루를 잃는다. 반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 선을 넘으면 여행자는 하루를 번다.
여전히 필수적임
경도를 계산하기 위하여 크로노미터를 그리니치에서 맞추어 바다로 가지고 나가던 시대는 지났다. 현대의 과학 기술이 그 모든 것을 대치하였다. 무선 표지, 전파 탐지기 그리고 국제적인 원거리 통신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 위치를 도표나 지도 위에 정확히 표시하는 일은 여전히 위선과 경선이라는 이 가상의 선들에 의존해 있다. 우리는 매우 유용한 이 가상의 선들에 대하여 고맙게 생각할 수 있다.
[각주]
a 각도 표시법에서, 1도(°)는 60분(’)으로 나뉘고, 1분은 60초(”)로 나뉜다.
[20면 네모와 삽화]
그리니치 표준시
1675년에 영국 왕 찰스 2세는 “항해술과 천문학을 완성하기 위하여 장소들의 경도를 계산할 수 있도록” 현재 런던의 그리니치 자치구가 있는 곳에 “작은 천문대”를 세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구의 자전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하여 4미터 길이의 추가 달린, 새로 발명된 두 개의 시계가 설치되었다.
왕립 천문대의 과학자들은 지구의 자전이 등시성(等時性)이 아님을, 다시 말해서 일정한 속도가 아님을 곧 발견하였다. 이것은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가 완전한 원이 아니며 지구의 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해 전체에 걸쳐서 태양일—정오에서 다음날 정오까지의 시간—의 길이는 다양하다. 그리니치의 시계들의 작동으로 하루의 평균 길이를 정하는 계산이 가능하였다.
그리니치 표준시, 즉 평균시의 정오는, 태양이 최고도에 이르러 그리니치 경선, 즉 자오선(라틴어, 메리디아누스, 정오의)위의 어떤 점과 만나는 때가 된다. 이 라틴어 단어에 근거하여, 정오 이전의 시간은 오전(영어로 ante meridiem, 약자는 a.m.)으로, 정오 이후의 시간은 오후(영어로 post meridiem, 약자는 p.m.)로 알려지게 되었다.
[삽화]
위: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 오른쪽: 자갈로 덮인 뜰 위를 지나는 본초 자오선
[18면 지도]
(온전한 형태의 본문을 보기 원한다면, 출판물을 참조하십시오)
세계 표준 시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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