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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깨어라!—1998 |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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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
“내 남편 앨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한 금광의 책임자였습니다.” 샐리의 설명입니다. “남편이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이가 쉰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데다 아주 명석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나중에 직장 동료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남편이 이상한 판단 착오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입장을 생각해서 동료들이 문제를 덮어두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편은 은퇴한 뒤에 호텔을 하나 샀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남편이 호텔을 수리하느라고 계속 바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항상 수리공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해에 우리는 세 살 된 우리 손녀를 데리고 더반에 있는 해변으로 휴가를 갔습니다. 우리가 묵는 아파트 길 건너편에는 껑충껑충 뛰면서 놀게 되어 있는 스프링 달린 매트가 있었는데 손녀 아이는 그 위에서 놀기를 좋아했지요. 어느 날 오후 4시 30분쯤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남편이 손녀 아이를 그 매트 위에서 뛰어 놀게 하려고 데리고 가면서 30분쯤 있다가 돌아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녁 7시가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더니, 경찰에서는 행방 불명이 된 사람은 사라진 지 24시간이 지나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그 날 밤 나는 남편과 손녀 아이가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정오쯤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남편이 손녀 아이를 팔에 안고 문 앞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예요?’ 내가 말했습니다.
‘화내지 마. 나도 모르겠어.’ 남편이 대답했습니다.
‘할머니, 우리 길 잃었었어요.’ 손녀 아이가 설명했습니다.
바로 길 건너에서 길을 잃는다고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그 날 밤 남편과 손녀 아이가 어디서 잤는지 나는 아직도 모릅니다. 아무튼, 내 친구가 남편과 손녀 아이를 발견하고는 우리가 묵고 있던 아파트를 가르쳐 준 것이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샐리는 남편을 데리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갔습니다. 그 의사는 샐리의 남편이 치매(지적 기능 상실증)를 앓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샐리의 남편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는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치유법이 없습니다.a 영국에서 발행되는 「뉴 사이언티스트」지에 의하면, 알츠하이머병은 “선진국에서는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사망 원인”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노년에 나타나는 심각한 만성 질환”이라고 불려 왔습니다. 하지만 샐리의 남편의 경우처럼 상당히 일찍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부유한 나라에서는 장수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치매를 나타낼 사람들의 수에 관해 깜짝 놀랄 만한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치매를 나타낼 사람들의 수가 영국에서는 14퍼센트, 미국에서는 33퍼센트, 캐나다에서는 64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1990년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방영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이 10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금세기 말엽에는 그 수가 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2000년경에는 세계 전역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1억 명이나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알츠하이머병이란 무엇인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한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지만, 이 병의 실제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병에 걸리면 뇌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뇌의 여러 부위가 문자 그대로 수축될 수 있다는 점은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심하게 영향을 받는 부위는 기억력 및 사고력과 관련이 있는 부위입니다. 이 병의 초기에는 감정과 관련이 있는 뇌세포가 영향을 받아 성격이 변합니다. 뇌의 다른 부위들도 나중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각이나 촉각과 관련이 있는 부위와 근육의 활동을 관장하는 운동 피질 등이 그러한 부위에 속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면, “걷고 말하고 먹을 수는 있지만 외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지는 못하는 전형적인 비극적 상황이 발생한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에서는 설명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대개 5년에서 10년 정도 지속되지만, 2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적어집니다.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병이 말기에 이르면 환자들은 대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게 되며 말을 하지도 혼자서는 먹지도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이러한 말기에 이르기 전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될 때 신체적으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많은 고통을 겪게 됩니다. 처음에 어떤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에 과감히 맞서지 않고 문제가 그냥 사라져 버리기를 바라는데, 그러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b 하지만 이 병에 과감히 맞서 이 병이 초래하는 감정적인 고통을 완화시키는 법을 터득하면 많은 것을 얻게 됩니다. “기억력 감퇴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좀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버트의 말입니다. 63세 된 그의 아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가족들이 알츠하이머병의 성질과 대처 방법에 관해 알아 두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이어지는 두 기사를 통해 본지와 함께 이러한 점들과 그 밖의 요소들에 관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각주]
a 알츠하이머병은 독일의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그는 심한 치매를 앓다가 죽은 환자를 부검해 보고 나서 1906년에 처음으로 이 병에 관해 발표하였다. 치매 환자의 60퍼센트 이상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65세가 넘은 사람은 10명 중 1명꼴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또 다른 치매인 다경색 치매는 가벼운 뇌졸중이 여러 번 일어나서 뇌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난다.
b 주의: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결론 내리기 전에 철저한 의학적 진단을 받아 보아야 한다. 치매의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는 치료가 가능한 여러 가지 질환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로한 부모를 돌보는 법」(How to Care for Aging Parents)이라는 책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알츠하이머병인지 확실하게 진단하려면 부검을 통해 뇌를 검사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사들은 다른 가능성을 하나씩 배제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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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경에는 세계 전역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1억 명이나 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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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깨어라!—1998 |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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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샐리가 남편을 데리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가기 이틀 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새로운 총리가 선출되었습니다. 신경과 전문의가 샐리의 남편에게 선거 결과에 관해 물어 보아도, 그는 멍하니 허공을 쳐다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신경과 전문의는 뇌 사진을 촬영해 보더니 다소 분별력 없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분은 2 더하기 2가 몇인지도 모르겠는데요. 뇌가 아예 없는 거나 다름없군요!” 그러더니 샐리에게 이렇게 조언하였습니다. “재정 문제부터 해결하셔야 되겠습니다. 이분이 당신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가할 수도 있으니까요.”
샐리는 “제 남편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샐리의 말이 옳았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 중에 공격적이 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샐리의 남편은 결코 아내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이 공격적이 되는 이유는 흔히 좌절감 때문인데, 환자들을 잘 대해 주면 그들이 좌절감을 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샐리가 찾아간 신경과 전문의는 샐리의 남편의 문제를 진단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환자의 품위를 유지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 사실을 인식했다면 남편의 상태를 샐리에게 개인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을 것입니다.
“치매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품위를 유지하고 계속 존중받고 지속적으로 자중심을 갖는 것”이라고, 「내가 너무 늙어 꿈이 없어질 때」(When I Grow Too Old to Dream)라는 책에서는 말합니다. 런던의 알츠하이머병 협회에서 발행한 「의사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조언집에서는 환자가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마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그 자리에 없기라도 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들에 관해 이야기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들이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자기들이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것을 어떤 방법으론가 느끼고는 수치심을 갖게 될 것이다.”
사실, 어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에 관해 하는 말을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한 환자는 아내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협회에서 주최한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더군요. 환자인 내가 그 자리에 있는데 아무도 환자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다니,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 심한 좌절감을 갖게 되더군요. 내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니까 내가 하는 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거겠죠. 아무도 귀기울여 들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긍정적이 되라
환자가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들이 한때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상 활동일지라도 그런 일들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이전에 편지를 자주 쓰는 사람이었다면, 걱정이 된 친구가 편지를 보내 올 경우 당신이 함께 앉아 답장을 쓰는 일을 도와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섀런 피시는 저서인 「알츠하이머병—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면서 자신도 돌보는 법」(Alzheimer’s—Caring for Your Loved One, Caring for Yourself)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돕는 그 밖의 실용적인 방법들을 이렇게 제시합니다. “의미 있고 생산적이면서도 함께 하기 쉬운 일을 찾도록 하라. 그런 일들 가운데는 그릇을 닦은 다음 건조시키는 일, 바닥을 쓰는 일, 빨래를 개는 일, 식사를 준비하는 일 등이 있다.” 그는 계속 이렇게 설명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혼자서 집안 전체를 청소하거나 한 끼 식사를 전부 준비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마저도 대개 점진적으로 잃게 된다. 따라서 아직 잃지 않은 능력을 사용하게 할 수 있으며, 가능한 한 오랫동안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중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기도 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일을 깔끔하게 하지 못해서 바닥을 다시 쓸거나 그릇을 다시 닦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자신이 아직은 쓸모 없는 존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계속 가질 수 있게 해준다면, 그들은 인생에서 만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일을 만족스럽게 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칭찬해 주십시오. 능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한 것임을 기억하십시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끊임없이 안심시켜 주고 칭찬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활동을 제대로 수행해 내는 능력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인 84세 된 남편을 돌보고 있는 캐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언제라도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쓸모 없는 존재라는 느낌에 압도당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환자가 ‘잘하고 있다’고 따뜻하게 안심시켜 줌으로 즉시 안도감을 갖게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잘할 수 있는 일」(Failure-Free Activities for the Alzheimer’s Patient)이라는 책에서도 그 말에 동의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치매가 있는 사람들은 특히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당혹스러운 행동에 대처하는 법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당혹스러운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그들은 환자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소변을 참지 못할까 봐 몹시 두려워합니다. 게리 베넷 박사는 저서인 「알츠하이머병과 정신에 혼란을 일으키는 그 밖의 상태」(Alzheimer’s Disease and Other Confusional States)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런 행동은 자주 일어나지 않으며 대개 예방하거나 그 결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분별할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그 행동 자체나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환자가 망신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염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나더라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그 대신 이러한 조언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침착성과 냉정을 유지하고, 그 사람이 일부러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더욱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그들을 대하는 사람이 짜증을 내고 신경질적이 될 때보다는 부드럽고 감정에 흔들림이 없을 때 협조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문제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런던의 알츠하이머병 협회에서 발행한 조언집 「대소변을 참는 능력이 저하되면」(Incontinence).
정말 시정받을 필요가 있는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오래 전에 사망한 친척이 오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또는 환각 상태에 빠져 그들의 정신 속에나 존재할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사실과 다른 말을 할 때마다 매번 시정해 줄 필요가 있습니까?
로버트 T. 우즈는 저서인 「알츠하이머병—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대처하는 법」(Alzheimer’s Disease—Coping With a Living Death)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부모 중에는 자녀가 발음을 잘못하거나 문법적인 실수를 할 때마다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 시정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 그렇게 하면 자녀는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고 해 봐야 소용도 없고 막으려고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 분개하거나 내성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에도 끊임없이 시정하려고 하면 그와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 흥미롭게도, 성서에서는 자녀를 대하는 일에 관해 이렇게 교훈합니다. “아버지 여러분, 자녀를 분내게 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낙담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골로새 3:21) 끊임없이 시정하려고 할 경우 자녀들도 분을 내게 된다면 어른들은 얼마나 더 그러하겠습니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ARDA 회보」(ARDA Newsletter)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독립과 성취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성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끊임없이 시정하려고 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분을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울증에 걸리거나 심지어는 공격적인 태도를 나타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살펴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들을 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이 잘못된 견해를 이야기할 때마다 즉시 시정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어떤 경우에는 제자들이 아직 특정한 지식을 이해할 만한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지식을 알려 주지 않으셨습니다. (요한 16:12, 13) 예수께서 건강한 사람들의 한계에 대해서도 배려를 나타내셨다면, 우리는 건강 상태가 몹시 안 좋은 성인이 이상하긴 하지만 해가 될 것은 없는 견해를 나타낼 때 얼마나 더 기꺼이 그에 적응하려고 해야 하겠습니까!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특정 문제의 실상을 파악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그가 할 수 없는 일을 기대하는—또는 요구하는—것일지도 모릅니다. 논쟁을 하기보다는 침묵을 지키거나 재치 있게 화제를 돌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빌립보 4:5.
때때로, 사랑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보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그가 느끼는 환각에 맞춰 함께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커튼 뒤에 야생 동물이나 상상 속의 침입자가 숨어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당황할지 모릅니다. 이런 일은 논리적으로 따져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가 정신으로 “보고 있는” 것이 그에게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그가 진짜로 느끼는 두려움을 없애 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커튼 뒤를 살펴본 다음, “그 사람이 또 ‘보이면’ 말씀해 주세요. 도와 드릴게요”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지 모릅니다. 올리버 박사와 복 박사 공저 「알츠하이머병에 대처하는 법: 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감정적 대처 방법 안내」(Coping With Alzheimer’s: A Caregiver’s Emotional Survival Guide)에서 저자들은, 환자를 돌보아 주는 사람이 환자의 관점에 따라 행동해 주면 환자가 “자신의 정신 속에 나타나는 소름 끼치고 무서운 환영을 이겨 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며 “자기를 돌봐 주는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모두 여러 번 걸려 넘어집니다”
앞에서 언급한 제안들을 모두 적용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해야 할 일이 매우 많고 가정에서 다른 책임들도 이행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은 이따금 좌절을 느낀 나머지 자제력을 잃어 환자를 무례하게 대할지 모릅니다. 그런 일이 생길 경우에는 심한 죄책감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질병의 특성상 환자는 필시 그 일을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또한, 성서 필자 야고보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여러 번 걸려 넘어집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말에서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완전한 사람[입니다].” (야고보 3:2)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아 주는 사람 중에 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어려운 일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은 능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우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그 일에 대처하는 데—심지어 그 일을 즐기는 데도—도움이 되어 온 그 밖의 여러 가지 점들을 고려할 것입니다.
[9면 삽입]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끊임없이 안심시켜 주고 칭찬해 주면 잘 생활해 나간다
[9면 삽입]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환자의 잠자리 근처에 있을 때에는 결코 그의 상태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지나치게 염려하는 듯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6면 네모]
환자에게 말해야 하는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말해 주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말해 주기로 결정한다면, 언제 어떻게 말해 주어야 하는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 질환 협회에서 발행하는 회보에는 한 독자의 이러한 흥미 있는 말이 실린 적이 있다.
“제 남편은 7년 정도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왔습니다. 남편은 현재 81세인데 고맙게도 병세의 악화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 오랫동안, 남편에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은 잔인한 것 같아서 남편이 자신의 실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인 ‘팔십 노인한테 뭘 더 바라겠어!’라는 말로 그럭저럭 넘어가며 살아왔습니다.”
그 다음에 이 독자는 환자가 걸린 병에 관해 친절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으로 환자에게 말해 줄 것을 권고하는 한 책에 관해 언급하였다. 하지만 이 조언에 따랐다가 남편이 큰 충격을 받을까 봐 두려워서 망설였다.
이 독자는 계속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를까 봐 두렵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말할 기회가 온 것이었지요! 그래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남편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남편에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실을 말해 주었습니다. 물론 남편은 그게 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남편이 이전에는 항상 쉽게 해낼 수 있었던 [일]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무엇을 들어도 자꾸 잊어버리는 것은 바로 이 병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나는 귀 협회에서 발행한 「알츠하이머병: 더는 모른 체할 수 없다」(Alzheimer’s: We Can’t Ignore It Anymore)라는 책자에서 다음과 같은 두 문장만 보여 주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 상실과 심각한 정신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뇌 기능 장애이다. ··· 알츠하이머병은 병이지 정상적인 노화 과정의 일부가 아니다.’ 또한 남편의 친구들은 남편이 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해해 줄 거라고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남편은 이 점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정말 대단한 발견인데! 확실히 도움이 되는 걸!’ 남편이 그런 사실을 알고 큰 안도감을 갖는 것을 보고 내 기분이 어떠했을 것인지 아마 짐작이 갈 겁니다!
이제는 남편이 무슨 일 때문에 흥분한 것 같으면 남편을 팔로 감싸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 고약한 알츠하이머병이라는 걸 기억해요.’ 그러면 남편은 즉시 평온을 되찾습니다.”
물론 알츠하이머병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돌보아 주는 사람과 환자의 관계도 경우마다 다르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실을 말해 줄 것인지의 여부는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다.
[8면 네모]
정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인가?
노인이 심한 혼란을 겪는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노인이 혼란을 겪게 되는 원인은 사별, 갑작스러운 이사, 질병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노인들은 심한 혼란을 겪다가도 원상태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라 할지라도 대소변을 참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등 병세가 갑자기 악화될 때 그 원인이 반드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라고만 할 수는 없다.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진행된다. 「알츠하이머병과 정신에 혼란을 일으키는 그 밖의 상태」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병세가 갑자기 악화된다는 것은 대개 급성병(감염성 흉부 질환이나 비뇨기 질환)에 걸렸다는 의미이다. 다른 환자들보다 병세가 더 급격히 악화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도 더러 있기는 하다. ···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병세가 악화되는 속도는 상당히 느리다. 특히 환자를 잘 돌보고 그 밖의 의료 문제를 조기에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소변을 참는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치료가 가능한 다른 어떤 건강 문제 때문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 밟아야 할 단계는 언제나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라고, 런던의 알츠하이머병 협회에서 발행하는 「대소변을 참는 능력이 저하되면」이라는 조언집에서는 설명한다.
[7면 삽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것을 도와 주면 그들이 품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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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깨어라!—1998 |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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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나는 [사람]에 따라 대처 능력이 매우 다른 것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년간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을 대해 온 오스트레일리아의 의료 전문가 마거릿의 말입니다. 그는 계속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가족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서도 잘 대처해 나가는 반면, 어떤 가족들은 가족 중 누군가가 성격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그 즉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거의 상실한다.”—「내가 너무 늙어 꿈이 없어질 때」 책에서 인용.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되기 전에 가족 성원들이 어떤 관계를 누리고 있었느냐가 한 가지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친밀하고 사랑에 찬 관계를 누리던 가족들은 대처하기가 더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을 잘 돌보아 주면 이 병에 대처하기가 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지적 능력이 저하되긴 하지만 환자들은 대개 이 병이 말기에 이를 때까지는 사랑과 부드러움에 반응을 나타냅니다. “말이 의사 소통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런던의 알츠하이머병 협회에서 발행한 「의사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조언집에서는 지적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말을 사용하지 않는 의사 소통 방법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매우 중요한 방법으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얼굴 표정과 부드러운 어조 등이 있습니다. 시선을 마주치는 것 그리고 명확하고 일정한 어조로 말하면서 환자의 이름을 자주 부르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앞 기사에서 언급한 캐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신체적 접촉과 부드러운 어조 그리고 돌보아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전감과 안도감을 줍니다.” 런던의 알츠하이머병 협회에서는 이렇게 요약합니다. “애정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워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 사람의 손을 잡고 곁에 앉아 팔로 그를 감싼 채 달래는 듯한 어조로 말하거나 그 사람을 안아 주는 것은 모두 그에게 여전히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돌보아 주는 사람과 환자 사이에 따뜻한 유대가 형성되어 있으면 함께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깁니다. 심지어 환자가 실수를 할 경우에도 한바탕 웃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남자는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던 아내가 침대 정리를 하다가 실수로 시트 사이에 담요를 깐 일을 회상합니다. 그들이 이 실수를 발견한 것은, 그 날 밤 잠자리에 들었을 때입니다. 그의 아내는 “아니! 내가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하다니”라고 말했고, 그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생활을 단순하게 유지하라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익숙한 환경에 있을 때 일상 생활을 가장 잘 해 나갑니다. 그들에게는 또한 정기적인 일과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일 해야 할 일을 큰 달력에 명확하게 표시해 놓으면 크게 도움이 됩니다. 게리 베넷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떤 사람을 늘 생활하던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 옮기면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동일성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병이 진행됨에 따라 무슨 일을 시켜도 그에 따르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무슨 일을 시킬 때에는 간단 명료하게 말하십시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그냥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하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마, 입을 순서대로 옷을 늘어놓고 한 번에 하나씩 입는 것을 도와 주어야 할지 모릅니다.
계속 활동할 필요가 있다
어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걸어 다니거나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는 바람에 길을 잃기도 합니다.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은 환자에게 훌륭한 운동이 되며 긴장을 완화시키고 잠을 잘 자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면서 자신도 돌보는 법」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게 되었다면 비상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비상 사태는 쉽게 비극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바로 당황하지 말라는 것이다. ···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은 찾는 대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필요가 있다. 집 안에 최근에 찍은 컬러 사진을 몇 장 비치해 두도록 하라.”a
반면에 어떤 환자들은 무기력해져서 하루 종일 앉아 있으려고만 할지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을 시키도록 하십시오. 노래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거나 악기를 연주하게 하십시오.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춤을 추기를 좋아합니다. 카멀 셰리던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이 가장 잘 하는 활동은 대개 음악이 가미된 활동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가 다른 [일들]의 의미는 오래 전에 잊어버렸는데도 많이 들어 본 옛날 노래와 멜로디들은 여전히 좋아한다고 종종 말한다.”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사는 한 여자는 알츠하이머병 말기에 접어든 남편과 매일 양로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좋은 뜻으로, 이 여자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그의 남편이 그를 알아보는 것 같지도 않고 말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그 여자가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남편이 사망한 후에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남편과 함께 앉아 있고 싶었습니다. 간호사들이 몹시 바빴기 때문에 남편의 몸이 더러워지면 내가 씻겨 주고 옷을 갈아입혀 줄 수 있었으니까요. 그 일이 즐거웠어요.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한번은 남편의 휠체어를 밀어 주다가 남편의 발을 다치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아파요?’ 하고 물으니까, 남편은 ‘물론이지!’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남편이 아직도 느끼고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기 전에 가족간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경우에도,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b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이고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서에서는 ‘노인을 공경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라고 말합니다. (레위 19:32; 잠언 23:22) 더욱이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과부에게 자녀나 손자녀가 있다면, 이들이 먼저 자기 집안에서 경건한 정성을 행하기를 배우고, 자기 부모와 조부모에게 계속 합당히 보답하는 일을 배우게 해야 합니다. 이것은 하느님 보시기에 받아들이실 만한 것입니다. 확실히,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 속한 사람들, 특히 자기 집안 식구들을 부양하지 않는다면, 그는 믿음을 부인한 사람이며, 믿음이 없는 사람보다 더 나쁩니다.”—디모데 첫째 5:4, 8.
하느님의 도움으로 많은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병에 걸린 친족들을 칭찬받을 만할 정도로 잘 돌볼 수 있었습니다.
[각주]
a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어떤 사람들은 팔찌나 목걸이의 형태로 환자의 신분을 알릴 만한 표를 달아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b 환자를 돌보는 일과 다른 사람들이 도울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더 알기를 원한다면 본지 1997년 2월 8일 호 3-13면에 나오는 “병간호—도전이 되는 일에 대처함”이라는 일련의 기사를 참조하기 바람.
[11면 네모]
알츠하이머병과 약물 치료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약 200가지 약물이 현재 시험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는 없다. 어떤 약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에 얼마 동안 기억 상실을 완화시켜 주거나 일부 환자의 경우 병의 진행을 늦춰 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들이 모든 환자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일부 약들은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을 때 자주 나타나는 우울증, 근심, 불면증과 같은 증세를 치료할 때에는 때때로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각 가족은 환자의 주치의와 상의하여 치료법의 이점과 위험성을 고려해 본 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11면 네모]
방문객들이 도울 수 있는 방법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은 지적 능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대개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논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 두었던 일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병의 초기 단계에서는 그러하다. 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이전에 많이 들어 본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들이 하기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부탁해 보라. 그렇게 함으로 환자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으며, 그와 동시에 정기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휴식을 취할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사실, 일정 기간 어쩌면 하루 동안만이라도 환자를 돌보아 주겠다고 제의하는 것은, 환자를 정기적으로 돌보는 사람이 활력을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12면 네모]
대소변을 참는 능력이 저하되었을 때 대처하는 법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소변을 참는 능력까지 저하되면 그를 돌보는 사람은 “이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문제 자체를 완화시키거나 그로 인해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대소변을 참는 능력이 저하되면」이라는 조언집에서는 말한다. 환자가 대소변을 참는 능력이 영구적으로 저하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환자는 단지 혼란을 일으켰거나 제때에 화장실에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환자는 대소변을 참는 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게 하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므로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 볼 필요가 있다.
대소변을 참는 능력이 저하된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환자가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겉옷과 특별히 고안된 바지를 입으면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기가 훨씬 더 용이해질 수 있다. 침대와 의자에 보호용 깔개를 까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환자의 피부에 비닐이 닿지 않게 함으로, 피부가 자극을 받거나 아프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누를 푼 따뜻한 물로 환자의 몸을 잘 씻긴 다음 물기를 말끔히 닦은 후 옷을 입혀야 한다. 환자가 화장실에 빨리 안전하게 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장애물은 제거해야 한다. 밤에 조명을 켜 놓음으로 환자가 잘 다닐 수 있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환자가 중심을 잘 잡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잡기 편한 곳에 난간처럼 긴 손잡이를 설치해 둔다면 환자가 화장실에 갈 때 느끼는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약간의 유머감을 발휘하기만 하면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런던의 알츠하이머병 협회에서는 제안한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 환자를 돌보는 일에 경험이 많은 한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참을성과 부드러움과 친절을 나타내고 묵묵히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환자가 당황하거나 창피를 당할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13면 네모]
환자의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가?
유감스럽게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병세가 악화되는 바람에 주거지를 자기 집에서 친족의 집이나 양로원으로 옮겨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환자의 주거지를 익숙한 환경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고려해 보아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주거지를 옮길 경우 때와 장소, 자기 자신에 대한 심한 정신적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 게리 베넷 박사는 한 환자를 예로 드는데, 그 여자는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때때로 길을 잃곤 하였다. 하지만 그럭저럭 혼자 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그 여자의 가족들은 그를 더 잘 보살피기 위해 자기들의 집에서 더 가까운 아파트로 그의 주거지를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베넷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불행히도 그 여자는 새로운 장소를 끝까지 집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 안타깝게도 그 곳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그 새로운 환경에서는 더 이상 일상 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주방은 몹시 낯설어 보였고 화장실로 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았으며 대소변을 참는 능력도 현저하게 저하되었다. 가족들의 동기는 아주 좋았지만 환자 개인 차원에서 보았을 때에는 큰 불행이 초래되었으며 결국 요양원으로 가야 했다.”—「알츠하이머병과 정신에 혼란을 일으키는 그 밖의 상태」.
하지만 환자를 건강 관리 시설로 옮기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것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경우에는 결정을 내리기가 분명히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런 결정은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내려야 하는 “매우 심한 죄책감을 갖게 하는” 결정 가운데 하나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또한 그런 결정을 내리면 흔히 실패감과 사랑하는 사람을 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상적인 반응이긴 하지만 그런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한 간호사는 말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그 간호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환자를] 돌보는 일과 [그의] 안전이기 때문이다.” 올리버 박사와 복 박사도 그 의견에 이렇게 동의한다. “이제는 감정적으로 지칠대로 지쳤으며 집에서는 환자를 돌볼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결정 내리는 일은, 아마 결정 내리기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처한 특수한 환경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고려한 다음 “양로원에 위탁하는 것이 ··· 환자에게 가장 좋겠다”는 결론을 내릴지 모른다.—「알츠하이머병에 대처하는 법: 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감정적 대처 방법 안내」.
[10면 삽화]
환자가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계속 인식하고 지각력을 잃지 않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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