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언제인가?
리 자매는 병원에서 의료 보조원으로 일한다. 리 자매가 업무상 준수해야 할 요구 조건 중 한 가지는 비밀을 지키는 일이다. 즉 업무와 관련된 서류나 정보가 법적 권한이 없는 사람들에게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리 자매가 사는 나라에서도 환자에 대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어느날 리 자매는 진퇴 양난에 처하게 되었다. 진찰 기록을 정리하던 중에, 동료 그리스도인인 어느 환자가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록을 보게 된 것이다. 리 자매는 설사 직장을 잃게 되는 일, 고소를 당하는 일 또는 고용주를 법적인 곤경에 처하게 하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이 사실을 회중의 장로들에게 알려야 할 성경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잠언 11:13을 근거로 문제를 숨겨 두는 것이 정당한가? 그 성귀는 이러하다. “두루 다니며 한담하는 자는 남의 비밀을 누설하나 마음이 신실한 자는 그런 것을 숨기느니라.”—비교 잠언 25:9, 10.
여호와의 증인은 때때로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리 자매와 마찬가지로, 여호와의 증인은 다음과 같은 솔로몬 왕의 말을 예리하게 의식한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느니라.]” (전도 3:1, 7) 이 경우는 리 자매가 잠잠할 때였는가, 아니면 알고 있는 것을 말할 때였는가?a
환경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이 리 자매가 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경우에, 따라야 할 표준 절차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사실상, 그리스도인 각자는 이러한 성격의 상황을 직면하는 일을 대비하여, 관련된 모든 요인을 고려하고 결정을 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즉 성서 원칙과 법적 관련성을 고려하여 여호와 앞에서 깨끗한 양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디모데 전 1:5, 19) 인간 불완전성으로 인한 사소한 죄일 경우에는,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베드로 전 4:8) 그러나 심각한 범죄 행위로 여겨지는 경우, 충성스러운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하나님과 동료 그리스도인에 대한 사랑의 동기로 자신이 아는 것을 밝힘으로써, 명백하게 죄를 범한 사람이 도움을 받으며 회중의 정결함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성서 원칙의 적용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성서 원칙들은 무엇인가? 첫째로 심각한 죄를 범한 사람은 누구나 결코 죄를 숨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의 죄를 숨기는 자는 형통치 못하나 죄를 자복하고 버리는 자는 불쌍히 여김을 받으리라.” (잠언 28:13) 여호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숨긴 범죄도 마침내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잠언 15:3; 디모데 전 5:24, 25) 때때로, 여호와께서는 숨겨진 범죄 행위가 어떤 회중 성원의 눈에 띄게 함으로써, 합당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신다.—여호수아 7:1-26.
또 다른 성서 지침은 레위기 5:1에 나오는 이러한 말씀이다. “누구든지 증인이 되어 맹세시키는 소리[공개적으로 저주하는 말, 신세]를 듣고도 그 본 일이나 아는 일을 진술치[보고하지, 신세] 아니하면 죄가 있나니 그 허물이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니라.]” 여기서 말한 “공개적으로 저주하는 말”이란 불경스러운 말이나 신성 모독적인 언사가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이것은 범죄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어떤 사람이 아직 누구인지가 드러나지 않은 어떤 가해자에 대해—아마도 여호와로부터 오는—저주를 받을 것을 말하면서, 있을지도 모르는 목격 증인이 문제를 올바로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 흔히 있었던 일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맹세 아래 있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범죄 행위의 증인은 그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며 따라서 범죄 사실을 분명히 밝힐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호와 앞에서 ‘허물이 그 증인에게로 돌아가게’ 된다.b
우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권위에서 나온 이와 같은 명령은 이스라엘 백성 각자에게 그들이 목격한 심각한 범죄 행위는 어느 것이나 재판관에게 보고하여 그 사건을 다루도록 해야 할 책임을 갖게 하였다. 그리스도인들은 엄격히 말해서 모세를 통한 율법 아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원칙은 그리스도인 회중 내에서도 여전히 적용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는 문제를 장로들에게 알려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많은 나라에서 비공개 기록에 있는 내용을 법적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 누설하는 것이 불법으로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그리스도인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려한 후에, 낮은 권위의 요구와는 관계없이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보고할 것을 하나님의 법이 그에게 요구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는 여호와 앞에서 그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사람보다 하나님을 순종하는 것이 마땅”한 때가 있는 것이다.—사도 5:29.
서약이나 엄숙한 약속을 결코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되지만, 사람이 요구하는 약속이 우리가 하나님께 전적 헌신을 드리기 위한 요구 조건과 상충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심각한 죄를 범하면, 그 사람은 사실상 하나님께 모독을 돌림으로 인해 여호와로부터 오는 ‘공개적 저주’ 아래 있게 되는 것이다. (신명 27:26; 잠언 3:33) 그리스도인 회중의 일부가 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개인적인 행실과, 다른 사람들이 깨끗한 상태로 머물러 있도록 돕는 두 가지 면에서 회중을 깨끗하게 유지하기로 한 “서약” 아래 있는 것이다.
개인적 책임
리 자매는 개인적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틀림없이 이러한 성서 원칙들 얼마를 고려하였을 것이다. 지혜롭게도 리 자매는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함이 없이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성서는 이렇게 교훈한다. “너는 까닭 없이 네 이웃을 쳐서 증인이 되지 말며 네 입술로 속이지 말찌니라.” (잠언 24:28) 사건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명의 목격 증인의 증언이 필요하다. (신명 19:15) 만약에 리 자매가 낙태 수술이라는 간략한 기록만을 보았을 뿐이라면, 범죄에 관한 증거가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더 이상의 단계를 밟을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을지 모른다. 청구서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수 있으며, 또는 다른 어떤 이유로 그 기록이 상황을 올바로 반영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리 자매는 또 다른 의미 심장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리 자매는 그 자매가 청구액을 지불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자매가 그 특정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또한 리 자매는 개인적으로 그 자매가 독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음행이 관련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하게 되었다. 리 자매는 잘못을 범하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돕고 여호와의 조직의 깨끗함을 보호하려는, 사랑에서 우러나온 욕망을 갖게 되었다. 리 자매는 잠언 14:25의 내용을 기억하였다. “진실한 증인은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여도 거짓말을 뱉는 사람은 속이느니라.”
리 자매는 법적인 측면도 어느 정도 걱정하였지만,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진찰 기록의 비밀을 지켜야 할 요구 조건보다도 성서 원칙을 더욱 중요시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였다. 리 자매는 분명 그 자매가 화를 내고 자기를 곤궁에 처하게 하여 보복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리하였다. 그리하여 리 자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분석한 다음에, 양심적으로 이 경우는 “잠잠할” 때가 아니라 “말할” 때라고 결정하였다.
이제 리 자매는 또 다른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누구에게 말할 것이며, 어떻게 분별력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리 자매는 직접 장로를 찾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리 자매는 먼저 그 자매를 개인적으로 만나보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은 사랑에 근거한 접근 방법이었다. 리 자매는 그렇게 함으로 얼마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자매가 문제를 명백히 밝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기뻐하든지, 만일 죄가 있다면 그 혐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리하였다. 만약 그 자매가 이미 장로들에게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아마 그 자매는 자신이 이미 이야기했노라고 말할 것이고, 그러면 리 자매로서는 더 이상 문제에 관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리 자매는 만약에 그 자매가 낙태 수술을 했으면서도 하나님의 법에 대한 이 심각한 범죄를 고백하지 않았다면, 그에게 고백을 하도록 격려해야 하겠다고 추리하였다. 그러면 장로들은 야고보서 5:13-20의 말씀과 일치하게 그 자매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 문제는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리 자매는 그 자매가 많은 압력을 받았고 영적으로 약해진 탓으로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끄러움과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죄를 숨겨 왔지만 그 자매는 장로들을 통해 영적으로 회복되도록 기꺼이 도움을 받겠다고 하였다.
만약에 리 자매가 곧바로 장로의 회에 보고하였다면, 장로들 역시 비슷한 결정에 직면하게 되었을 것이다. 장로들은 그들이 알게 된 비밀에 속하는 지식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장로들은 여호와와 그분의 말씀이 양떼의 목자로서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바에 기초해서 결정을 해야 하였을 것이다. 만약에 그 보고가 활동적으로 회중과 연합하고 있는 침례받은 그리스도인이 관련된 것이라면, 장로들은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리 자매가 했던 것처럼 증거를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했을 것이다. 만약에 장로들이 회중 내에 “누룩”과 같은 상태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 사법 위원회를 임명하여 사건을 조사하도록 결정하였을 것이다. (갈라디아 5:9, 10) 만약에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얼마간 전혀 집회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의 신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므로 사실상 회중 성원이 아닌 상태라면, 장로들은 그 사람이 다시 증인으로서의 신분을 가질 때까지 그 문제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리 생각해 볼 점
고용주는 그리스도인 고용인이 비밀 유지에 관한 규율을 준수하는 것을 포함하여, ‘선한 충성을 다하기를’ 기대할 권리가 있다. (디도 2:9, 10) 만약에 서약을 한 경우라면,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서약은 약속을 보다 엄숙하고 구속력 있는 것이 되게 한다. (시 24:4) 더우기 비밀 유지의 요구 조건이 법으로 시행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진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고용 문제나 다른 어떤 일과 관련하여 서약을 하거나 비밀 유지의 제약을 받는 상황에 처하기 전에, 가능한 한도까지 성서의 요구 사항과 상충함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만약에 형제나 자매가 고객이라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일반적으로 의사, 병원, 법원 혹은 변호사와 관련된 직업은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형태의 고용 관계이다. 우리는 가이사의 법이나 서약의 심각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여호와의 법이 최고의 법이다.
이러한 문제를 예상하고,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의 직업을 가진 일부 형제들은 명문화된 지침을 마련하여, 자신에게 상담을 하러 오는 형제에게 비밀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지침을 읽어볼 것을 요청하였다. 그렇게 함으로 만약에 심각한 범죄 행위가 드러난다면 그 범죄 행위를 한 사람을 격려하여 그 문제를 자기 회중의 장로들에게로 가져가게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만약에 그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상담역이었던 형제가 직접 장로들을 찾아가야 하겠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어떤 충실한 하나님의 종은 하나님의 말씀의 지식에 기초한 개인적 신념이 동기가 되어, 하나님의 법의 더 높은 요구 조건을 이유로 비밀 유지에 관한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지어 파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담대함과 분별력이 필요한 경우이다. 그 목적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여 염탐하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범한 사람을 도와주고 그리스도인 회중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데 있다. 죄로 인한 사소한 잘못은 문제삼지 않아야 한다. 그런 경우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어 주며, 우리는 “일흔 일곱번까지”라도 용서해 주어야 한다. (마태 18:21, 22, 신세) 이 경우는 “잠잠할 때”이다. 그러나 중대한 죄를 숨기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는 “말할 때”일 것이다.
[각주]
a 리 자매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했던 상황에 처해 있는 가상적 인물이다. 리 자매가 이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은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비슷한 환경하에서 어떻게 성서 원칙을 적용시켰는가를 알려 주는 것이다.
b 카일과 델리츠슈는 그들의 공저 「구약 주해」(Commentary on the Old Testament)에서 만약 어떤 사람이 “눈으로 보았든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 확실히 알게 되었든간에, 다른 사람의 범죄를 알기 때문에 법정에 출두하여 증인으로서 범죄 사실을 밝힐 적합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증인 출두 요청을 받고 참석한 공개적인 범죄 조사 석상에서, 재판관의 분명한 요청을 받고도 진술을 소홀히 하고 자신이 보았거나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잘못 혹은 죄를 범한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15면 삽화]
장로들이 문제를 친절하고 이해심 있는 방법으로 다루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잘못을 범한 증인이 장로들에게 이야기하도록 격려하는 것은 올바르고 사랑에 찬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