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중독—그 파멸적인 영향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소아 질환.’ “어린이에게 첫째가는 환경 위협.” 짐작할 수 있듯이, 여기 언급된 질환과 위협은 모두 납중독이다.
CDC(미국 방역 센터)는 이렇게 보도한다. “어린이는 특히 납 독성의 영향을 받기 쉽다. 납중독은 대체로 소리 없이 퍼진다. 중독된 어린이 대다수에게서 전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다수의 경우 검진을 받지 않으며 치료도 받지 않는다. ··· 이것은 도심지 어린이 혹은 소수 그룹 어린이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회 경제 그룹, 지역, 혹은 인종이나 민족 그룹이 예외 없이 포함된다.” 그 보도는 “소아 납중독은 세계적인 문제”라고 덧붙인다.
납이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미국에서만도 여섯 살 안짝의 어린이 300만에서 400만 명이 정상 발육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혈액 속의 납 함량이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지장은 독서 능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에서부터 완연한 정신 지체에 이르는 것까지를 의미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나라에만도 그 정도나 된다면, 세계적으로는 그 수가 엄청날 것이다.
멕시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는 납이 위험한 것인 줄도 모르고, 여전히 납을 약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변비를 해소하는 데, 탯줄 감염을 예방하는 데, 심지어 아기용 치아 발육기 재료로 납을 사용한다.
납중독으로 인해 어린이가 쓰러져 죽을 위험은 그다지 많지 않다. 1991년 「FDA 소비자」(FDA Consumer)지 한 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납중독으로 어린이가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그 영향은 여전히 파멸적이다. 납을 “지능 파괴범”이라고 부른 것은 적절한 표현이다. 「뉴스위크」지는 한 보건 관리의 이러한 말을 인용하였다. “상당수의 어린이가 뇌에 납이 쌓여 있는 까닭에 분석을 요하는 공부나 심지어 식당에서 줄을 서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이 밖에도 납에 중독된 어린이가 나타내는 증상 중에는 과민, 불면증, 복통, 빈혈, 발육 장애가 있다. 만성 불안—한 의사가 묘사한 대로, 우리에 갇힌 짐승이 나타내는 것과 같은 불안—이 수반되는 신경계 손상이 그런 어린이의 특징이기도 하다. 좀더 심한 경우, 일부 어린이는 혼수 상태에 빠지거나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감정 문제로 계속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영향 중 일부는 평생 따라다닐 것이라고 CDC의 납중독 예방 과장은 말한다. 올바른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흔히 부모들은 슬며시 침투하는 이 병의 원인을 몰라 애를 태운다.
특히 어린이에게 위험한 이유
납이 특히 어린이에게 위험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어린이는 성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납 수치보다 훨씬 낮은 수치에 영향을 받는다. 어린이의 뇌와 신경계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납 영향에 특히 민감하다. 둘째로, 어린이는 행동과 활동 때문에 주위 환경에서 납에 더 쉽게 접한다.
예를 들어 아직도 납 오염의 주요 근원인, 납 성분이 들어 있는 페인트를 생각해 보자. 그런 페인트를 집에서 사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들의 경우, 납중독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근년에 여러 나라들에서 납 성분이 들어 있는 일부 페인트의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오래 된 집에는 여전히 그런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벽, 창턱, 장난감, 소아용 침대 및 가구에 모두 납이 입혀져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상당량의 납이 약 5700만 가정에 남아 있다. 1980년대 중반에 미국의 일곱 살 안짝의 어린이 약 1360만 명이 납이 들어 있는 페인트를 칠한 집에 살고 있었다. 이들 중 100만 명 이상은 필시 혈액 속의 납 농도가 위험 수위에 달했을 것이다.
페인트가 곱게 칠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별로 위험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페인트에 금이 가고 벗겨지기 시작한다. 납은 달콤한 맛이 나기 때문에, 어린이는 쉽사리 페인트 조각을 먹는다. 아기들은 창턱에서 벗겨져 나오는, 납이 든 부스러기를 먹는다. 그리고 페인트가 결국 먼지가 될 때 어린이는 장난감, 마루, 카펫에 쌓여 있는 납 먼지를 만지게 되고, 이 먼지는 여지없이 손에서 입으로, 소화 기관으로 그리고 혈류로 들어간다. 특히 생후 6개월부터 여섯 살 사이의 어린이가 이런 식으로 납을 섭취하기가 쉽다.
「뉴스위크」지는 이렇게 기술한다. “아주 적은 양의 납이라도 납중독을 일으킨다. 어렸을 때, 날마다 납 페인트 먼지 1밀리그램—설탕의 작은 알갱이 세 개에 해당하는 양—을 먹은 어린이는 심한 납중독(60-80마이크로그램/데시리터)에 걸릴 수 있다.” 납 페인트 먼지를 하루에 단지 설탕 한 알갱이만큼 흡입하는 어린이도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가 수시로 창턱을 만진 다음 엄지손가락을 빨기만 해도 병에 걸릴 수 있는 것”이라고 「뉴스위크」지는 보도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많은 부모들은 “창턱의 먼지가 자녀의 잠재력을 소리 없이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도무지 알지 못하거나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납과 태아
납중독은 임신부의 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태에서 자라는 아기의 뇌와 신경계 역시 해를 받을 것이다. 임신부가 음식물을 통해서건, 호흡을 통해서건 납을 섭취할 경우 납은 혈류 속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그런 다음, 납은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이른다. 아기의 신경계가 손상되거나 지능 지수가 낮아질 수 있다. “임신부가 납 성분을 조금이라도 섭취할 경우, 그 납은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 이를 수 있다”고 한 보건 문제 저술가는 말한다. 그리고 「사이언스 뉴스」지는 이렇게 보도하였다. “연구 결과들의 증거 자료에 의하면, 공장에서 납을 취급하는 여성의 경우 불임, 유산, 조산, 분만 결함의 비율이 높다.”
아버지들 역시 그런 위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남자들의 혈액 속에 있는 납은 정자를 기형이 되게 하고 기능을 저하시키므로, 수태가 되지 않게 하거나 태아가 기형이 되게 할 수 있다. 미국의 임신부들의 태 속에 있는 40만 명 가량의 태아가 납 오염의 영향을 받아 발육 장애를 겪을 것이다. 납중독은 세계적인 유행병이므로, 납중독에 걸린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의 수는 실로 엄청날 것임이 분명하다.
어린이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님
성인들도 위험에 처해 있음이 분명하다.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려면 자신도 보호해야 한다. 성인들은 어떻게 납에 노출되는가? 오늘날 집의 페인트 외에 납에 노출되는 가장 흔한 근원은 수도관(납땜으로 결합한 구리 수도관도 마찬가지임)으로 인해 납 성분이 들어 있는 수돗물과 유연 휘발유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학교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식수용 분수기의 물탱크는 납땜을 한 것이다. EPA(미국 환경 보호청)의 한 관리는 “납에 노출되는 경우의 약 20퍼센트는 식수를 통해서다”라고 추정한다. 연방 기관인 독물·질병 등록국은 이렇게 보도하였다. “전기 냉수기의 [납 함량이] 매우 높을 수 있으며, 따라서 어린이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중독 위험도를 매우 높일 수 있다.”
이런 곤경에 더하여, 부모들은 작업장에서 입는 옷에 납을 묻혀 가지고 집에 오므로 자녀가 납에 더 노출되게 한다. 미국의 경우에만도 거의 800만 명의 근로자가 직장에서 납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여성이다.
알코올 음료나 그 밖의 액체를 납유리병에 담아 두는 사람들 역시 상당히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다. 유리병의 납이 액체에 녹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충분히 높은 온도에서 굽지 않은 도자기류도 유약에 있는 납 성분이 녹아 음식물에 들어갈 수 있다. 일례로 한 부부는 외국 여행을 하면서 커피 잔 한 세트를 사가지고 왔다. 알고 보니 그 커피 잔에서는 그들이 사는 나라에서 허용하는 보건 기준치보다 300배나 되는 납이 나왔다. 그 부부는 짧은 기간 그 커피 잔을 사용한 후 중병에 걸렸다. 그에 더하여, 일부 나라들에서 아직도 사용하듯, 통조림통에 납땜을 하는 것 역시 어느 정도 낮은 수치의 납중독의 원인이 된다.
사격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 납중독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 실내 사격장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은 납 성분이 들어 있는 먼지를 들이마시기 때문에 혈액 속의 납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 탄환이 폭발하여 총신을 따라 나갈 때 미세하게 깎인 납 입자가 공기 속에 퍼지며, 사격하는 사람은 그런 납 입자를 폐 속으로 들이마신다고 「사이언스 뉴스」지는 보도한다. 열거된 증상 중에는 고질적인 금속성 미각과 신경성 손 연축(攣縮)이 있다. 다른 연구 결과들은 권총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납 먼지를 옷에 묻혀 가지고 집에 오기 때문에 가족 역시 납에 상당히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납중독이 매우 흔하고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매우 위험하므로, 이어서 고려해야 할 질문은 ‘납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7면 네모]
우리의 몸은 납을 어느 정도나 허용할 수 있는가?
우리의 몸은 납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인체가 납을 흡수해도 안전한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 과학자들은 이런 질문을 놓고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러 나라들은 적어도 납 페인트로 인해 납중독에 걸리는 일을 막기 위한 법을 정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일찍이 1920년대 초에 그런 법을 법전에 올려 놓았다. 그리스, 스웨덴, 영국, 폴란드 역시 1920년대 후반에 그와 비슷한 법을 정하였다. 미국은 197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납 페인트 중독 예방법을 정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그 때부터 이 부면에서 갈수록 엄한 법을 정하였다. 1985년에 CDC(미국 방역 센터)는 납 함량 허용치를 혈액 1데시리터(약 5분의 1파인트)당 납 2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25그램)으로 낮추었다. 이것은 지난 1970년에 공중 위생국장이 위험 수치로 지적한 것 즉 1데시리터당 60마이크로그램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더 많은 연구 결과 어린이는 그보다 낮은 납 수치로도 해를 입을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래서 1991년에 CDC는 다시 그 허용치를 절반 이상 줄여서 1데시리터당 10마이크로그램으로 낮추었다.
이렇게 조정하게 한 주요 연구 결과 중 하나를 놓고 심한 입씨름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연구 결과들도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예로서, 스코틀랜드에서 있은 두 가지 연구 결과는 1데시리터당 11마이크로그램밖에 안 되는 혈액 속의 납 함량이 어린이의 지능 저하 및 행동 장애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1992년 초에 「방콕 포스트」지가 지적한 바와 같이, 타이의 법처럼 성인을 보호하기 위한 납 규제법은 어린이—특히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는 보호가 되지 않을 것이다.
[8면 네모와 삽화]
납중독—오래 된 문제
일찍이 기원전 3000년부터 납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조각물과 도기를 만드는 데 납을 사용하였고, 페니키아인들과 칼데아(갈대아)인들은 납을 거래하였으며, 아테네(아덴)의 그리스인들은 무려 7세기 동안 납을 채굴하였다. 그렇지만 납이 산업용 자원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최초로 발견한 민족은 카이사르(가이사) 통치중의 로마인이었다. 그리고 로마인은 그것을 발견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로마인은 납을 플룸붐이라고 하였다. 기술자들은 넓게 편 납판을 둥글게 말아서 15종류의 표준 길이 파이프를 만들어, 폭넓은 수로 체계에 사용하였다. 로마인과 그리스인 모두 납 파이프를 하나씩 연결하는 일에 있어서 현대 배관공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그렇게 하여 납 파이프를 수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길게 연결하여 멀리까지 물을 보낼 수 있었다. 로마인은 또한 납으로 술잔, 포도주 담는 그릇, 요리 기구를 만들었다. 납판으로 만든, 비바람에 잘 견디는 막이 개발되어 지붕 재료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납을 사용한 것이 최근이 아니듯이, 납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 역시 최근에 발견된 것이 아니다. “적어도 2000년 동안 여러 사회들은 납이 어떻게 중독을 일으키는지는 종잡을 수 없었으나, 납이 강력한 유독 물질임을 인정하였다”고 「사이언스 뉴스」지는 기술한다. 어찌되었든, 고대 로마인은 납이 정말 위험하다는 사실을 대체로 무시하였던 것 같다. 캐나다 국립 수질 연구소의 제롬 은리아구에 의하면, 로마인은 흔히 납 그릇에 넣고 끓인 포도 시럽을 포도주에 탔다. 「뉴스위크」지는 “이런 포도 시럽을 찻숟가락으로 하나만 마셔도 만성 납중독을 일으키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한 은리아구의 말을 인용한다. 그리고 로마의 지도자들은 포도주를 상당히 많이 마셨다. 은리아구의 추정에 의하면, 로마의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은 날마다 포도주를 무려 1리터에서 5리터까지 마셨다!
“로마인들이 납으로 맛을 들인 포도주를 너무 좋아한 것이 바로 로마가 쇠퇴한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고 캐나다의 「메디칼 포스트」지는 보도한다. 한 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주방 도구, 무기, 화장품, 술잔, 수도관 등에 널리 납을 사용한 것으로 인한 중독이 바로 [로마] 황제들의 정신 이상의 원인이었을 것이며, 지배층 가운데서 불임과 유산이 잦아 대를 이을 후손을 갖지 못한 일의 원인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10면 네모와 삽화]
야생계의 납
야생 생물 애호가라면, 해마다 납중독으로 죽는 물새의 수가 무려 300만 마리나 된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아플 것이다. 야생계에서도 납중독은 흔히 알아차릴 수 없게 일어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질병”이라고 불린다. 미국 내무부의 보도에 의하면, 사냥꾼들이 새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엽총에서 나오는 납 산탄 230그램이 주위 환경에 남는다. 습지와 못, 호수 바닥의 표면 몇 센티미터를 표본 검사한 생물학자들은 일부 지역들의 경우 1헥타르당 납 산탄이 25만 개 이상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물에서 떨어진 납 덩어리도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사냥철이 끝난 후, 먹이를 찾는 오리와 물새들은 그런 산탄을 삼킨다. 사흘에서 열흘 정도 지나면 독이 혈류 속에 퍼지고 주요 기관—심장, 간, 신장—에 이른다. 17일에서 21일 정도가 되면, 새들은 혼수 상태에 빠져 죽는다. 흰머리수리는 납 산탄을 먹고 죽은 물새를 먹음으로 역시 납중독에 걸릴 수 있다. 1966년부터 이 흔치 않은 맹금인 흰머리수리 중 납 오염으로 인해 죽은 숫자는 120여 마리나 되었다. 이 중 반 이상이 1980년 이래 죽은 것이다. 물론 이 수는 사체를 검사하여 죽은 원인이 밝혀진 흰머리수리만 센 것이다. 필시 실제 총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