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괴이한 병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에 몸이 판자처럼 뻣뻣함을 느끼는가? 자유로이 걸을 수가 없어서 ‘휠체어’가 있어야 하는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부추겨서 의자에 앉혀주어야 하는가? 과거 한 때에는 글씨도 잘 썼는데 이제 와서는 자신의 이름자마저도 쓰기 어려는 실정인가? 특히 추운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소변 조절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가? 눈이 잘 보이다가도 희미해지거나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아마 변덕스러운 병인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무엇인가?
다발성 경화증(多發性硬化症)은 중추 신경계의 병이다. 그것은 뇌와 척추 신경 섬유의 절연물질(絶緣物質)에 걸린다. 정상적인 신경 섬유는 지방 조직으로 둘러싸여 절연되어 있다. 이 절연물질은 전선(電線)을 싸고 있는 절연물질에 비할 수 있다. 이 병으로 인해 신경 섬유를 싸고 있는 절연물이 파괴되어 버린 경우, 절연물이 벗겨져버린 신경 섬유는 자극의 전달이 교란되어 버린다. 신경 자극이 “누전”되어 거기에 해당하는 근육 세포가 마비를 일으킨다.
신경 섬유의 절연물이 파괴되어 버린 곳에는 상처 조직이 형성된다. 그 결과 뇌와 척추에 단단한 부분이 생겨난다. 이 때문에 “경화증”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또한 조그마한 단단한 부분이 뇌와 척추의 회백질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이 병을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한다.
증세로는 팔 다리 및 눈의 근육의 피로(눈에 이상이 오면 물체가 희미하게 혹은 이중으로 보인다), 무감각, 저려옴, 행동의 불일치, 강한 흔들림, 쇠약, 경련 등을 일으키는가 하면, 어떤 동작을 하려 할 때 사지가 떨리고, 발이 흔들리고, 걸음걸이가 경련이 이는 것같이 보이고, 실제 마비되기도 하며, 두통, 방광의 쇠약, 사지 부자유 등도 있다.
이 병의 특징
이 병의 특징 중 한 가지는 주로 한창 시절의 사람들, 20세 내지 40세의 사람들에게 걸린다는 것이다. 사실상, 의사들의 보고를 보면, 다발성 경화증은 북‘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한창 시절의 사람들에게 걸리는 신경 계통의 병 가운데 가장 많은 병이라고 한다. 미국인 중에 약 250,000명이 이 병에 걸려 있다고 한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경제적으로 선진 국가이며, 위생적 수준이 높은 지방에 가장 많은 병이다. “보다 원시적인 사회일수록 다발성 경화증이 더 적다”고 한 의사는 말하였다. 비교적 추운 지방에 더 많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여러 나라에는 비교적 드물다.
이 병은 점차적으로 진전되는데, 15년 내지 30년에 걸쳐서 차차로 표면에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처음에 악화되었다가 완화되고 그 다음에 재발한다. 심한 증세가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환자는 뜻밖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 시력이 회복된다. 사무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직장 일도 할 수 있고, 타자도 할 수 있고, 혼자 옷을 입기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이 멍해지고 이상하며, 대단히 무감각하여 타자치다가 다른 글자를 치게 된다. 말은 느려지고 음절이 하나씩 끊겨진다. 저절로 호전되었다가도 다시 전과 비슷해지거나 더 악화된다. 괴이한 다발성 경화증이다.
의학적으로 많은 연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발성 경화증은 어느 의사가 말한 바와 같이, “원인이 알려지지 않고, 병세를 예측할 수 없고,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고 확실히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실험법이 하나도 없는 질병”이다. 괴이한 다발성 경화증이다.
원인이 될 만한 것들
다발성 경화증이 자세히 기록되기는 1868년에 처음이었으며, 그 이후 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발표되었다. 근년에 가장 인정받고 있는 견해로는 다발성 경화증이 자기 면역병이라는 설이다. 다시 말하면, 그 병을 이겨내기 위해 몸에서 만들어내는 항체가 오히려 자기의 조직을 침해하는 그러한 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병이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한 예로, 영국의 전염병학자 ‘죠프리 딘’ 박사가 1970년 7월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전세계 여러 환자들의 예를 볼 때에 그 병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인 “느린” 곧 잠행성(潛行性) ‘바이러스’의 감염에 기인한 것 같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다발성 경화증은 소아마비처럼 “어린 시절의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일찍 감염될수록 불구가 될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위생적 수준이 높은 지방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일찍 감염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성장한 다음에 발병하게 되면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당한다. 다른 학설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설도 입증된 것은 아니다.
치료법과 일반적인 도움
특정한 치료 방법은 없지만 ‘코르티존’과 같은 부신피질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의사들이 많다. 이 약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면 회복이나 병세의 완화가 촉진된다고 믿어진다. 그러나 그러한 약이 이환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병세를 약화시키는지에 대하여 아직도 의견이 구구하다. 이와 같이 이 병의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은 증세를 완화시키는 데 불과한 것들이고, 사용되는 약도 여러 가지이다. 의견도 여러 가지이고 따라서 치료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실로 괴이한 다발성 경화증이다.
작업 요법을 권하는 의사들이 많다. 작업 중에는 뜨게질, ‘페인트’칠, 타자 등등으로, 정신을 자기의 병에게가 아니라 작업에 집중시킬 수 있는 일을 권한다. 충분한 휴식, 유쾌한 견해, 회복된다는 결심 등이 도움이 된다. 환자의 사기를 높여 주고, 가족이 인정을 나타내고 희망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을 좀 더 유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극도의 피로나 추위와 습한 공기에 접하는 것은 금물이다. 병균의 감염, 특히 호흡기 질환은 이 병을 재발 혹은 악화시킨다.
울화나 분노 등 나쁜 감정 또한 금물이다. 연구에 의하면, 만성적인 나쁜 감정은 그 병에 해를 준다고 한다. 극도의 감정적 긴장은 갑자기 심한 발작을 일으키게도 한다.
활동을 안하면 다리의 경색증이 더 심해진다고 믿어진다. 미국 ‘미시간’ 의과 대학의 ‘더불류. 더불류. 터틀로트’ 박사는 「현대 치료법」(1967년판)에서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다. “병세가 완만한 환자들은 매일 피로할 정도로 걷는 것이 좋다. ···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신경 조건이 허락하는 한 바쁘게 활동해야 한다.”
영양 조건
다발성 경화증 환자가 어떤 종류의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다. 어떤 ‘비타민’을 섭취한 결과 병세가 호전되었다고 하는 보고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의사들은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할 참다운 증거가 없다고 한다. 어느 의학 서적(The Merck manual Diagnosis and Theraphy)에서는 “심리 요법적 효과와 강장 효과”를 위하여 ‘비타민’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이를 위하여는 ‘니코틴’산(酸)과 ‘비타민’ B1 및 B12가 좋다고 한다. 다발성 경화증에 ‘비타민’ B12를 사용하였던 ‘프랑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보고하였다.
영양 학자들은 자기들의 연구를 통하여 ‘비타민’이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영양 학자 ‘아델 데이비스’는 그의 저서 「건강하자」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게 ‘비타민’ E, B6 및 다른 ‘비타민’ B군(群)을 복용시켰을 때에 병세가 멈추었었다. 병세가 심하게 된 경우에도 걸음걸이가 양호해지고, 소변 보기가 좋아지고, 팔다리의 경련이 감소되었다. ‘비타민’ E는 연한 조직의 경화를 막아 주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의 식사에 이러한 영양소를 모두 보강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영양학자 ‘캐더린 엘우드’ 씨는 보고하기를 ‘제이. 이. 크레인’ 박사가 “다발성 경화증 치료에 있어서 ‘비타민’ E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심한 환자 24명 중 18명이 ‘상당히 호전’되었다”고 하였다.
‘비타민’ C 또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비타민’에 관한 어느 책(The Complete Book of Vitamins)에서는 이렇게 설명하였다. “다발성 경화증의 경우, ‘아스코르빈’산(酸)을 다량 투여하였더니 대부분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차도가 있었다.”
「불치병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라는(뉴욕: 1971년) 책에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장(章)이 들어 있는데, 공저자인 ‘이. 체라스킨’ 박사와 ‘더불류. 엠. 링스돌프’ 박사는 거기서 탄수화물 함량이 적은 식사를 하여 도움을 받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탄수화물 함량이 많은 식사는 그들의 증세를 악화시켰었다. 그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게 희망이 있다! 이 증거를 기초로 한 식이요법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식이요법상의 증거로 보아 “단순한 설탕과 포화 지방질은 다발성 경화증을 잘 걸리게 하는 요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고 그 저자들은 말하였다.
이 병을 예방하는 문제에 관하여 그들은, “불치병에 대하여 보다 밝은 희망을 주는 그러한 식사는 또한 이 병의 발생을 예방해 주기도 할 것이다” 하고 설명하였다. 이 권위자들이 권고한 식사는, 적당량의 단백질, “1. 탄수화물, 특히 설탕, ‘시럽’, 고도로 가공된 전분으로 만든 식품의 제한. 2. 포화 지방을 제한하고 불포화 지방으로 대신할 것. 3. 복합 ‘비타민-미네랄’류의 보강. 4. ‘비타민’ C와 ‘비타민’ B의 다량 복용.”이었다.
내 자신의 체험
괴이한 다발성 경화증은 사람에 따라서 가지가지로 나타난다. 나의 경우는 1956년 미국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 있을 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당시 나는 가을에 시작될 ‘왙취 타워 협회’의 ‘길르앗 성서 학교’에 갈 것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등에 통증이 일어나고, 둔부 한쪽이 더 높은 것 같이 보였다. 의사는 약 1주일 동안 누워 있게 하더니 그 병을 좌골 신경통이라고 불렀다. 우측 요부(腰部)의 통증은 가시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선교 임명을 받아 ‘기아나’로 간 다음에도 1959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등에 통증이 일기 시작하였다. 얼마 동안 누워있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였지만 그래도 몸이 뻣뻣하였다. 1961년 ‘미네아폴리스’를 방문하였을 때에 척추 지압사는 내가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에게서 척추 조정을 받고 그때부터 ‘비타민’ B 등 ‘비타민’류를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얼마 후에 약 한달 이상 오른손이 마비되어 밥도 왼손으로 먹었다. 그러다가 오른손이 되살아나 다시 정상을 회복하였다. 하여튼 괴이한 병이었다.
1962년 2월, 나는 활동을 잘 하였다. 그러나 3월에 들어와서는 한동안 걷지를 못하였다. 매년 이러한 현상이 되살아났다. 그 후에는 9개월만에 나타나더니 얼마 후에는 6개월만에 반복되었다.
다리가 말을 안듣기 시작하여 자주 넘어지곤 하였다. 그 후에 소변 조절이 어려웠다. 1964년 어느 의사는 내게 ‘코르티존’를 사용하면서 내 병이 말초 신경염이라고 하였다. ‘코르티존’이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 같았다. 다른 의사는 진찰하더니 등에 방사선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운동을 하도록 하였다. 1965년 나는 ‘미네소타’ 주 ‘로체스타’에 있는 ‘메여’ 병원에 입원하였다. 거기서 여러 가지 진찰을 받았다. 일주일 이상 진찰을 하더니 결국 내 병이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확정해 주었다. 나의 경우에는 ‘코르티존’이 근육을 더욱 경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같이 보였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같았다.
1965년에 그렇게 하고 난 후 ‘기아나’로 되돌아가 선교 활동을 계속하였다. 내 다리는 점차 악화되어 1968년에는 ‘휠체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1972년 지금에 와서는 양손에 점차 힘이 없어지고, 양발로 설 수도 없게 되었다. 내 이름자를 쓰기도 어렵게 되고, 타자는 두 손가락으로 친다. 현재도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있지만, 사람들과 성서 연구를 사회하기 때문에 그것이 내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데, 내가 ‘기아나’에서 사는 것은 크게 다행한 일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이해성이 많다. ‘조지타운’ 공립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원들은 참으로 친절하며, 내게 도움이 필요할 때면 도움을 베풀어 준다. ‘기아나’의 기후까지도 내게 유익하다. 온화한 기후가 내게 도움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곳의 기후는 일년 내내 섭씨 27도 내지 30도를 오르내린다.
내 남편과 나는 18년 동안 전 시간 봉사를 해왔으며, 이곳에 온지도 거의 14년이 된다. 나는, 내 집에서, 전화로, 또는 이웃 사람들이나 벗들에게 이야기할 때에, 사람들에게 성서를 가르친다. 괴이한 다발성 경화증에 걸려 있더라도 계속 활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기고.